대학원/간호윤리

간호윤리(호스피스, 사망환자의 마지막 정리)

행복한 원지를 위해 2022. 8. 28. 09:00

응급실 간호사로 일한지 3년째 되던 해부터 간호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들면서 병원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때문에 언제나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 시기에 그런 마음이 절정을 찍었다. 그만두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 가장 컸던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게 되고 그들의 마지막을 혼자서 정리해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주로 소생실에서 CPR하면서 오는 환자들이 죽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신규때는 CPR온다는 소리를 듣고 소생실로 도와주러 들어가도 환자의 사망선언 후에는 소생실에서 나와서 다시 다른 환자들을 보던 일을 하여서 환자의 마지막을 정리할 일이 없기도 했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에 너무 치여서 사망한 환자라는 사실을 그렇게 크게 인지하지 못했던 거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일에 익숙해지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긴 그 시기쯤에는 거의 매일 사망한 환자를 처리해야 했고 어느 날은 괜찮았던 환자들이 갑자기 PEA가 되면서 arrest가 나서 사망한 일들도 있었다. 한번은 거의 DOA처럼 시반까지 생긴 CPR환자가 소생실로 왔고 그 환자의 IV line을 확보하기 위해 환자의 팔 다리를 만지는데 그 차가운 온도에 온 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더 이상 이일을 할 자신이 없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면서 사직까지 생각하던 그 때에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호스피스의사가 지은 죽음에 관한 책으로 도서관을 찾았다가 제목만 보고 바로 빌려와서 읽게 된 책이다. 지금은 정확한 내용들까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호스피스병동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돌보며 겪는 이야기들과 그 속에서 글쓴이가 깨닫게 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같이 어우러져 있는 내용들로 그동안 나도 모르게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죽음에 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누구에게나 한번은 찾아오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그리고 죽음이란 건 그렇게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과 내가 그것에 관해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로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많은 경험을 쌓고 난 이후인 나의 미래에서는 나와 같이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이런 호스피스 care를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스피스에 관한 내용들 중에 ‘호스피스는 삶을 연장시키거나 단축시키는 것은 아니다.’ 라는 내용이 가장 많은 생각을 들게 한 부분이다. 내가 생각한 호스피스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약성 진통제 등의 약물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원을 제공해주고 그들의 보호자들에게 환자의 죽음을 함께 준비함으로써 그들도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은연중에 나는 호스피스가 대상자의 삶을 연장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삶을 연장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저 내용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삶을 마무리하는데는 물론 그 사람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사람의 보호자들과 주변인, 그리고 필연적으로 의료적 자원을 제공하는 의료인들까지 그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 죽음을 마무리 짓고 그 사람의 마지막을 정리해주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간호사인 내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렵다고 생각하는 그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같은 사람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해준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그런 대상자들에게 올바른 간호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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